강력한 열성(熱性)으로 각종 한냉(寒冷) 질환 치료
부자가 작용하는 경락은 ‘심장과 비위 계통과콩팥’
한약재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무엇일까? 약방의 감초(甘草)라는 표현이 있듯이 아마 감초가 아닐까? 감초는 여러 처방에 두루 활용되며 구성 약물들의 약효를 조화롭게 하는 역할을 해준다. 마치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급을 잘 어우르는 모습과 유사하다.
감초와는 반대로 강력한 인상을 남기며 주인공 역할을 하는 약재로는 부자(附子)를 들을 수 있겠다. 뮤지컬 무대 위 서포트 라이트를 받는 예술가처럼, 부자는 대부분의 방제에서 핵심 작용을 한다. 부자가 투입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약은 전혀 다른 효과를 보인다.
부자는 미내리아재비과(Ranunculaceae)에 속한 오두의 덩이뿌리를 가공한 것이다. 즉, 모근(母根) 곁에 매달린 자근(子根)이 바로 부자인데, 모근은 천오두(川烏頭)라 하고 부자와는 다소 다른 약성을 갖는다.
부자는 매우 강력한 열(熱)을 품고있는 약재이다. 생강이나 부추와 같은 친숙한 약재를 살펴보면 열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성질이 열(熱)한 약재를 섭취하면 매운 맛이 퍼지면서 전신에 열감이 생긴다.
각 약재마다 지니고 있는 열의 작용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냉증(冷症)으로 인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사용된다. 그런데 부자는 수많은 열성 약재 중의 성군(聖君)이라 불릴 정도로 아주 강력한 열을 품고 있다.
이러한 부자의 강력한 열성 뒤에는 독성(毒性)이라는 또 다른 특성이 감추어져 있다. 따라서 부자는 한의사의 전문적인 법제(法製)과정을 거친 후에야 환자에게 처방된다.
부자 법제는 전통적인 방식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우선 오두에서 채취한 부자를 장기간 소금에 재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금기를 머금은 부자를 염부자(鹽附子)라 부른다. 염부자를 맑은 물에 담가 하루 2~3회 물을 갈아주며 소금기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 부자는 매우 강력한 열(熱)을 품고있는 약재이다. 생강이나 부추와 같은 친숙한 약재를 살펴보면 열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성질이 열(熱)한 약재를 섭취하면 매운 맛이 퍼지면서 전신에 열감이 생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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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감초, 검은콩과 물을 넣고 끊여서 절개하여 독이 내는 아린 맛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부자를 얇게 썰어서 햇볕에 말리는데,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친 부자를 포부자(炮附子)라 부른다.
부자는 탕전하는 과정에서도 독성이 줄어든다.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성분이 aconitine인데, 부자를 40분만 탕전하더라도 aconitine이 가수분해되어 독성이 비교적 약한 benzoyl aconine으로 변한다. 지속하여 끓인다면 benzoyl aconine은 aconine으로 변하는데, 이는 aconitine 독성의 1/2,000 수준이다.
부자의 독성을 자주 언급할수록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지만, 사실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자 중독을 유발한 대다수의 케이스가 무자격자에게 불법처방된 약을 복용한 것들이었다.
부자의 효능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부자가 작용하는 경락은 심장, 비위계통, 콩팥 등이다. 쉽게 말하면 인체의 상중하를 아우르는 치료 범위를 갖는다. 또한 밖으로는 양(陽)을 도와 한기(寒氣)를 몰아낸다.
고서(古書)에 따르면, 양(陽)이 모두 소진하여 맥이 끊어지려는 자에게 사용하면 양(陽)을 돌아오게 하고 맥을 다시 뛰게 한다. 또 콩팥의 양기가 부족하여 비뇨생식계통이 약해지고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생긴 자에게 처방되며, 외부의 한랭(寒冷)한 기운에 감촉되어 사지에 통증과 마비감이 있는 경우에도 사용된다.
특히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부자를 주약(主藥)으로 배오된 처방이 다량 소개되어 있는데, 무려 70종에 달한다. 이러한 처방을 비교·분석해본 결과 한냉성 질환에 관련한 처방이 17.3%, 대변 및 소화기계 질환에 관련한 처방이 11.5%, 소아 관련 질환이 7.1%, 외부 감염에 관련한 처방이 5.8%인 것으로 나왔다.
구체적인 질환명으로는 한랭성 설사, 만성적 수족저림, 양기부족으로 인한 권태피로, 한랭성 적취(積聚), 소아 영양부족, 하복부 통증, 수종 등이었다. 이러한 질환의 병리는 하복부의 냉기, 콩팥의 기능부전, 오장(五臟)의 기능부전, 소화기의 냉감, 냉기의 적체, 한기(寒氣)로 인한 손상 등이다.
부자가 처방된 대표적인 방제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사역탕(四逆湯): 건강(乾薑)과 배합하여 양기가 쇠약해져 땀과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나고 사지가 차가우며 맥이 끊어질 듯한 증상을 치료한다.
▼ 기부탕(芪附湯): 황기(黃芪)를 배합하여 양기가 쇠약해져 피부의 조밀함이 떨어지고 땀이 그치지 않는 증상을 치료한다.
▼ 삼부탕(蔘附湯): 인삼(人蔘)을 배합하여 땀이 많이 배출되어 양기가 부족해진 것을 치료한다.
▼ 우귀음(右歸飮): 육계(肉桂), 숙지황(熟地黃), 토사자(菟絲子), 산수유(山茱萸) 등을 배합하여 콩팥의 양기부족으로 인한 허리와 무릎 통증과 사지냉감, 비뇨생식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 부자이중탕(附子理中湯): 인삼(人蔘), 백출(白朮), 건강(乾薑) 등을 배합하여 비위기능의 양기가 떨어져서 생긴 복부통증과 변이 물러지는 증상을 치료한다.
▼ 진무탕(眞武湯): 백출(白朮), 복령(茯笭) 등을 배합하여 양기가 부족해 생긴 수종(水腫)으로 소변이 매끄럽지 않은 증상을 치료한다.
▼ 계지부자탕(桂枝附子湯): 계지(桂枝)와 배합하여 외부의 한기와 습기로 인해 몸에 생긴 통증과 저림을 치료한다.
▲ 부자는 임산부가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재이다. 오죽하면 낙태를 위한 약으로 사용되기도 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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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자는 임산부가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재이다. 오죽하면 낙태를 위한 약으로 사용되기도 했을까? 따라서 임산부의 냉증에는 부자보다는 계피(桂皮)나 생강(生薑) 등이 선택되어야 한다.
또한 부자가 한의사에 의해 적절히 처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성으로 인한 중독증상(서맥, 수족 마비감, 구토)이 나타날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감두탕(甘豆湯),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 등으로 해독치료를 받아야 한다.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된다는 말과 딱 들어맞는 약이 바로 부자이다. 모든 한약이 마찬가지겠지만, 부자가 들어간 약만큼은 반드시 한의사의 처방과 지도하에 복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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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