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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4.10.07 [06:35]
인권·이혼 >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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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각성"
<대특집> >"성찰의 무지-가정의 해체"(4)
 
이종전교수
 
결혼을 하는 순간부터 행복을 꿈꾼다.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일지라도 서로가 바라는 행복을 꿈을 꾼다. 하지만 그 꿈은 시간이 지날수록 작아지거나 없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얼떨결에 신혼의 시간을 보내다보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정신없이 세월을 보낸다. 살림도 서툰데 아이까지 생겼으니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저 하루하루가 지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습관적인 생활 패턴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며, 신혼에 꾸었던 꿈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매일의 생활을 반복하게 된다. 그즈음 꿈마저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짜증이 나고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거나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30후반이나 40을 넘어서게 된다. 이때를 위기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신없이 지내다 아이들로부터 자유를 조금 얻게 되면서 주변을 바라보게 되고, 그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된다. 이 비교가 자신을 분발하게 하는 기능으로 작용을 하면 좋겠지만, 분노나 열등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면, 심각한 상황의 변화를 만들어가게 된다. 

중년의 위기란 말이 통용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신없이 지내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면서 자기가 느끼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게 되면,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환경이나 상대(부부)에 대한 원망이 작용을 하면서 어려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아니면 스스로의 모습을 만들기 위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책임을 부부가 서로에게 전가하거나 탓하게 되면 심각한 관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그것을 환경이나 팔자로 여기면 주변이 모두 싫어지게 된다.

여기서부터 부부의 관계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현상을 동반하게 된다. 사실은 서로가 위로를 받고 싶고, 서로에게 필요를 채워주는 입장이 되어주었으면 하면서도 서로를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깨닫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실 부부는 결혼과 동시에 서로를 배워가는 것이고, 부부관계를 통해서 자아를 발견해 가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의식을 가지지 못한 채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지나는 시간 속에서 타성에 젖어버리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도 되는 것이다.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깨닫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로를 인정하면서 자신을 배우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깨달으며, 그것을 자기 안에 채워감으로서 상대에게 귀한 사람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는 철저하게 자신을 깨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자아의 깨달음이 전제 되지 않으면, 상대의 귀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방에게 요구하는 입장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한 가정을 이룬 부부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함께 성숙함을 이루어가는 인생의 동반자일 수 이어야 한다. 살아 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가 사랑의 관계를 더 끈끈하고 깊게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부부의 관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구어가는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가정은 부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는 부부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두 사람이 한 가정을 만들어가기 위한 수고가 없다면, 행복한 가정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가정은 두 사람이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는 순간부터 만들어가는 것인데, 행복한 가정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두 사람의 협력과 노력이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어느 한 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두 사람의 협력과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 행복한 가정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행복은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주어진 환경에 의해서 행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환경인 요인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행복은 두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가야만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부부의 관계가 무촌(無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두 사람은 다른 인격체이지만 한 몸으로써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무촌의 관계에서 하나의 이상, 즉 두 사람이 한 가정과 행복이라는 이상을 만들어가는 수고와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섬김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동반되지 않을 때, 상처가 깊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관심해지거나 의도적으로 무관심하려고 하게 된다.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것은 일촌의 간격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무촌의 관계가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의미로 변하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랑은 단순한 뜨거움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섬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종전 교수 프로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현)
한국기독교회사 연구소 소장(현)
인천 기독교 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1993-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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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18 [23:50]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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