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개 시·군 120일간 서명운동
김영환 충북도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 8월 7일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파 발언부터 산불 술자리 파문, 오송참사의 무책임까지 다양한 구설에 휩싸인 김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을 시작한다”고 밝히며 주민소환에 착수했다.
이에 충북선관위는 지난 8월 14일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와 서명 용지(20만명분)를 배부했고, 곧바로 주민소환 운동본부는 13만 6000여명 서명을 목표로 오는 12월 12일까지 충북도내 11개 시·군에서 주민소환투표 청구를 위한 120일간의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번 서명은 충북 인구의 10%인 13만5438명이 소환에 동의하면 선관위에 주민소환 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 충북선관위는 주민소환이 적법하다고 인정하면 도지사에게 소명기회를 주고, 소명서가 제출된 지 7일 이내에 주민소환투표일을 공고해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하게 된다. 이어 주민투표에서는 투표권자 3분의1 이상인 45만2968명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김 지사는 충북지사직에서 해임된다.
한편, 주민소환 서명운동과 관련해 부정감사단 급여와 일반운영비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라 관할 자치단체가 부담하게 된다. 지난 8월 18일에는 충북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소환 서명운동과 투표 과정 위법행위 감시 비용 26억 4400만원을 이달 8월 29일까지 납부하라고 충북도에 통보한 것이다.
또한 주민소환이 투-개표로 속개되면 선거인명부 제작비, 제반 경비 등을 포함해 추가 경비는 117억7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소환에 따른 소요 비용이 144여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자 충북지역의 여론들은 그 실효성에 갑론을박 중이다.
주민소환제는 청구 사유에 제한이 없고, 시장·도지사·군수 등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의 투표로 파면을 결정할 수 있게 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누군가를 어떤 장소로 불러들인다는 뜻의 소환(召喚)이 아니라, 일을 마치기 전에 돌아오게 한다는 뜻의 소환(召還)이다.
따라서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독단적인 행정운영과 비리 등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이 2006년 2월 공포되면서 제주지역에 한해 주민소환제도가 먼저 도입됐고, 이후 2007년 5월 주민소환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시장·군수와 자치구의 구청장은 15% 이상, 지역선거구 시·도의회 의원과 지역선거구 자치구 시·군의회 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을 받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민투표에서 투표권자 3분의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해당 지자체장은 직을 잃게 된다.
● 지자체 단체장 ‘주민소환 사례’ 전무
한국에서 주민소환법이 시행되면서 단체장이 실제 해임에 이르게 된 사례는 전무하다.
2007년 12월 12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지역 단체장이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광역 장사시설 유치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으나 투표율이 31.3%에 그쳐 법률로 정한 33.3%에 미달됨으로써 무산됐다.
2009년 소환대상이 됐던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주민소환 투표가 8월 6일에 실시됐으나 역시 투표율이 11%(4만6707명)에 그쳐 개표조차 하지 않았다.
2015년 홍준표 경남지사를 주민 소환하기 위해 추진된 시민운동이 유효서명 부족으로 주민소환투표 문턱에서 끝내 실패했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7월 23일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해 35만4651명의 서명을 경남도선관위에 냈다. 하지만 경남도선관위 심사 결과, 유효 처리된 서명은 전체 유권자의 9.69%인 26만263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요건에 0.31%(8395명) 부족했다.
주민소환제의 가장 극명한 사건은 2011년 8월 26일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격사퇴이다. 투표율에는 미치지 못하였으나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에 책임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2011년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무상 급식을 시행 중에 있었으나, 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 및 곽노현 교육감은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에 불과한 무상급식 대상을 30%로 확대하고, 2014년까지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선택적 복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2011년 1월 6일,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무상급식조례안을 처리하였다.
곽노현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전면 무상급식 시행에 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조례안에 대해 공포를 거부함과 동시에 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과 관련한 시민들의 의사를 직접 묻기 위해 주민투표를 서울시의회에 제안하였다. 민주당은 전체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비용이 1년에 695억원인데, 주민투표를 위해 182억을 낭비하는 건 무리수라고 주장하였다.
결국, 2011년 8월 24일 주민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25.7%로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는 투표율 33.3%에 미달하였다. 그럼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사태에 전적인 책임을 지고 2011년 8월 26일 사퇴했다. 10년 후에 오세훈 시장은 2021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 주민소환제 ‘실효성 있게 보완’
2007년 7월부터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민소환제’는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주민들의 직접참여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제도상 또는 운영상 문제점으로 인하여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실효성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감을 포함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주민소환 확정 사례는 없으며 하남시 의원 2명이 이제까지 유일한 주민소환 사례임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현재 법령은 주민소환의 대상이 선출직으로 한정되어 있고, 주민소환을 위한 청구 요건이 현실적으로 매우 엄격하여 주민소환 추진의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또한 주민소환 사유를 주민소환 청구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되기에 주민소환 추진 초기과정부터 주민소환의 목적과 의미가 주민들에게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민소환 추진 결과의 대부분 ‘미투표종결’은 이미 예측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주민소환제에 대한 명확한 이해 부족과 제도의 규정 등으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난점을 고려하면서 주민소환제가 제대로 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규정과 운영상의 문제점 보완을 통하여 주민소환제가 내실 있게 정착될 수 있게 해야만 한다.
또한 주민소환제가 의도했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주민소환이 남용될 경우, 당리당략적으로 악용되고,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주민소환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지방행정은 혼란에 빠지고 과다한 예산낭비를 가져오게 되고 지역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유보되는 등 폐해가 클 수 있다.
따라서 비리나 부패, 위법한 행위 이외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소송제, 주민참여예산제 등 적법한 주민참여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치단체장의 효율적 감독 기능에도 심혈을 기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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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