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대신 ‘신원식 국방장관 내정’
지난 9월 13일, 용산 대통령실은 “해당 부처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다양한 경험과 정책 역량을 갖췄다”면서 신원식 국방장관을 내정했다. 신 후보자는 내정 소감에 대해 “대내외 안보 환경 등 여러 가지 도전들이 심각하다. 부족하지만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밝힌다.
지난 9월 15일에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바꿔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충분한 탄핵 사유가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지만, 최근 북러 정상회담,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안보에 대한 국민 우려가 있을 수 있어 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월 11일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원식 국방장관 내정자는 ‘다양한 경험과 정책 역량을 갖췄다’는 인선 배경에 너무 충실한 인물인지? 지난 시절 당시 소신 있게 발언했던 ‘총체적 사고관’은 국민들에 대한 공복의 입체적 자질의 평가에 다름 아니다.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윤석열 대통령의 외압이 작용했다고 주장하는 박정훈 대령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청담동 술자리 후속편’이라고 규정한 강성 중의 강성이다.
또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은 육사뿐만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 그리고 지향점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홍범도 장군의 1921년 대(對)군중 발표와 사망 당시 부고장은 그가 ‘뼛속까지 빨간 공산당원’이었음을 증명한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문헌 2건을 공개한바 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9월 14일 “국민을 통합해야 할 윤 대통령이 이런 극단적 정치 성향을 지닌 인사를 지명한 것은 폭주를 계속하겠다는 선언함과 동시에, 야당에 퇴로 없는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무능과 실정에 대한 반성은커녕 ‘극우 친위내각’으로 철옹성을 세우려 하는 정부에 멈출 것을 경고한다”고 전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육군의 3성 장군을 하셨던 분이 한두 명 있는 사석에서 이야기한 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마이크를 잡고 하신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당장 지명 철회하는 게 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여러 발언들 ‘지울 수 있나’
2019년 9월, 국방 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에 대해선 이렇게 평가한다. “12·12하고 박정희 대통령 돌아가시는 그 공백기에, 뭐 서울의 봄 일어나고, 그래서 저는 그때 당시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나왔다고 봐요”
5·16에 대해서도 경제적으론 ‘혁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5·16은 정치법적으론 쿠데타인데 우리가 농업화 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전환되었기에 사회 경제 철학적으론 혁명이거든요.”
비단 이뿐이었을까?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갔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기적을 이뤄낸 모세에 비유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선 ‘악마, 간첩’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신 내정자는 2019년 7월 1일 자 ‘21일차 단식기도회 중계방송’ 동영상에서는 “문재인이라는 악마를 탄생시킨 초대 악마인 노무현이라는 자가 대통령이 된 것이라며, 이 자가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겠다고 시작을 해서 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후보자는 2019년 7월 극우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 문제”라며, “김정은의 행복을 위해서만 사는 간첩이 아니라면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허물어요. 우리는 문재인 일당을 국사범으로 반드시 역사와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워서”라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지난 2019년 9월 21일 부산 광복동에서 열린 극우 세력의 집회에서 “2016년 촛불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의 계속성을 파괴하는 반기다.…2019년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복원시키는 정의요, 헌법의 명령”이라고 항변했다.
이와 함께 신후보자는 군 복무 시절 부대원 사망 사고에 일부 지휘 책임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8월 27일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결정문’을 인용해 1985년 10월 24일 신 후보자가 중대장으로 있던 경기도 포천 육군 8사단 21연대 2대대 5중대 공지합동훈련 도중 병사가 사망한 사건이 왜곡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부대는 숨진 병사가 불발탄을 밟아 사망한 것으로 처리했지만, 사고를 목격한 부대원의 진정으로 재조사에 나선 진상규명위는 고인이 중대 화기소대에서 정확한 사거리 측정 없이 급격하게 쏜 박격포 포탄에 맞아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당시 부대 관계자들을 조사했더니 박격포로 인해 숨졌다고 똑같이 증언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신후보자는 오마이뉴스 기자들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 군사망사고는 쉽게 풀기 힘든 난제 중의 난제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9월 만료되는 ‘군사망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을 연장할 것을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의장에게 촉구했다.
인권위는 원인불명 사망자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 및 보훈의 형평성을 위해 ‘군사망진상규명위’가 필요하다고 했다. 2018년 9월 출범한 군사망진상규명위는 지난 9월 13일 존속기간이 만료되었다. 정부는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군사망진상규명위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터다.
● 북한과 첨예 대립 ‘해법 제시해야’
최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전후로 동북아 정세가 신냉전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2023년 우리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57조 143억 원이다. 또한 금년 윤석열 행정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한 2024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4.5% 증가한 59조 5885억 원이다. 특히 내년도 국방예산 증가율(4.5%)은 2017년도 이후 처음으로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치다.
이중 무기 획득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17조 7986억원으로 전체 국방예산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 전망이 어둡고 불평등이 심화되어 시민의 삶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가운데, 동북아 군비증가 가열로 국방예산은 매년 늘고 있다.
신 후보자는 지난 9월 15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 후보자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9·19 군사합의에 대해 “국방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반드시 폐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선언으로 남과 북이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실효성에도 불구하고 9·19 군사합의가 폐기되면, 그 후폭풍은 간단치 않을 조짐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9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미 역사적 평가와 헌법적 판단이 내려진 사실조차 부정하는 위험한 역사관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어두운 과거로 되돌려 끌고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인사를 철회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존의 사고 틀을 벗어나서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해야지, 극우 유튜버 같은 시각을 갖고 국정에 임하면 안 된다. 과거 보여준 극우적 언사에 비춰볼 때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것이 우려된다. 반헌법적 인사가 국방부 장관에 임명돼선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야권의 공세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 신원식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로 보냈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요청안을 받은 뒤 20일 안에 인사청문을 마무리해야 한다. 극우 보수에 가까운 이런 성향과 행보 탓에 국회 인사검증은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번 개각 인사 가운데 신 후보자를 낙마 대상 1호로 정조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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