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날마다 광풍에 시달려서야 어떻게 살겠는가. 차근차근 내실 있게 쌓아가는 우리 사회의 풍조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게 되었다. pixab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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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포모(FOMO) 증후군’
올해도 날마다 폭염으로 숨 막힌다. 태풍까지 온다니 겁부터 난다. 아니나 다를까 물 폭탄을 몰고 온 카눈, 농경지부터 물바다로 만들고 설마 하고 버텼지만 산사태에 떠밀려오는 흙탕물이 무섭게 쏟아져 도망쳐 나온 사람들.
살던 집이 눈앞에서 부서지고 같이 살던 소와 돼지까지 물에 둥둥 떠내려간다. 어찌하라고 저 많은 이재민을 내는지. 집도 재산도 다 날려버린 저들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기후재앙이 무섭고 심각하다.
광풍이 카눈만 온 게 아니다. 코로나로 위축된 주식시장이 어느 날 주가가 급등하자 눈치 빠른 젊은이들은 ‘동학 개미’로 화제가 되더니 어느새 ‘서학 개미’군단이 되어 활로를 넓혔다.
눈이 휘둥그레질 무렵 주택값이 상승하자 “이러다간 영영 집을 살 기회를 놓칠라” 너도나도 조급증이 발동되어 젊은이들은 뒤질세라 ‘영끌 빚투’로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바람은 끝모르게 집값이 치솟아 올리고 말았다.
이를 보다 못해 ‘미친 집값’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거지된다는 조바심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서 투자하는 열풍은 과히 광풍이었다.
한동안 가상화폐에 몰려드는 그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철렁했다. 큰 손실로 실의 빠져 잠시 잠잠했다. 그런데 7.8월이 되자 폭염으로 모두 시달리고 있을 때 ‘2차전지’라는 광풍이 TV에서 신문에서 연이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젊은이가 아니라 세대를 초월해 사람들이 더위도 잊고 겁없이 뛰어들어 코인 때보다 더 과열된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내가 아는 착실한 직장인은 봉급에서 얼마를 노후를 위해 매월 꼬박꼬박 저축해 왔다. 그러던 그도 주변의 분위기에 고민하다 저축예금과 비상시에 요긴하게 쓰려던 보험금까지 깨고 “나도 뒤질세라” 이 달아오른 테마주에 몰입했다.
갑자기 상승률이 커졌다. 단타를 노린 사람들이 매도에 몰리며 폭락장이 되었다. 또 얼마의 손실을 냈을까. 잠시 걱정이 사라지기도 전에 새로운 뉴스가 터진다.
이름도 생소한 국내 어떤 벤처기업 연구팀이 개발했다는 ‘초전도체’가 또 테마로 뜨자 시장은 다시 요동쳤다. 시중 자금이 한쪽으로 쏠려갔다. 이 ’묻지마‘ 투자도 전 세대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곧 ‘사이언스’에 이어 ‘네이처’의 국제학술지 어느 곳도 결과를 입증하지 못한다고 부정적 평가가 나오자 역시 와르르 그 계열 주가가 무너졌다. 이에 몰린 자금이 올해 정부 예산의 90%에 달한다니 너무 놀랍다.
동학 개미 운동으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던 2021년 7월에 근접한 금액이라니 이번에는 ‘초단기 빚투’까지 덩달아 늘어나 최고치를 냈다. ‘외상’ 투자자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주식을 사기 위해 1~3개월 간 자금을 빌리는 신용대출 규모도 20조가 넘었다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자본 시장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이 이런 광풍이 몇 번 쓸고 지나가면 몇이나 살아남을까. 롤러 코스터를 타듯 모두 무서운 패닉에 빠질까 두렵다. 우리의 성품이 ‘빨리빨리’라 하지만 이보다 더 조급해졌다.
20대에 취업해서 월급을 모아 결혼을 준비하고 다음은 주택 구입도 해가며 차근차근하던 속도는 너무 느려 기다릴 수 없을까. 하긴 20대 취업도 어렵고 결혼도 포기하고 나니 다급해져 뭐든 한 방에 끝내고 싶다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감당할 만큼의 욕심은 얼마일까. 하긴 우리나라도 100만 장자의 부자가 많기로 세계 10위권이라니 똑똑한 젊은이들이 조급할 만도 하다. 이런 광풍 현상을 ‘포모 증후군’이라 한다.
남들은 앞으로 나가는데 자신만 뒤처져서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소외감이나 불안감 또는 고립감과 공포심까지 일어나 자신도 참여해야 마음이 놓이는 현상을 말한다.
어원을 찾아보면 2000년대 초 미 하버트 경영대학원생 패트릭 맥기니스는 학내 이벤트나 파티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룻밤에 7군데를 돌아다녔다. 숙취 탓에 수업에 지각하고 늘 피곤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생활은 비정상적이었다. 이래서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란 말도 만들어졌다. 이 말이 학생들 사이에 공유하면서 신조어 사전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이 포모 증후군이 학생들만 있는 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병리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인의 성인 과반수가 포모 증세에 시달린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현재 20대의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소득 기반이 취약하고 금융 전문지식도 부족한 청년들이 자기 능력 이상으로 대출을 받았다면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상 부자는 아니어도 빚 없는 가계가 제일 홀가분하고 행복하다.
50년 만기의 대출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것을 부추기는 일이다. 성년이 되자마자 20대에 빚진 이가 50년 후면 70대가 된다. 꿈을 펼칠 나이에 평생 빚에 허덕여서야 되겠는가.
국제기구조차 우리의 가계 빚을 염려한다. 마음 놓고 자신의 소망을 펼칠 여유 없이 남의 삶을 살다가는 모양새가 된다.
우리의 템포를 찾기로 한다. 이대로 광풍에 휘말리면 국가의 미래가 보이질 않는 공포심이 인다. 환율까지 올라 수입물가도 오르고 천정부지 오른 집값도 아무리 봐도 비정상적이다.
우리가 날마다 광풍에 시달려서야 어떻게 살겠는가. 차분한 우리의 페이스를 찾아 사회나 개인도 차근차근 내실 있게 쌓아가는 우리 사회의 풍조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게 되었다.
◪ 박지연 프로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기독교문학회 고문
(수 상)동포문학상, 소월문학상, 한국기독교수필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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