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의 총선공약 이행될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도합 175석으로 단독 과반 이상 의석을 넉넉히 확보했다. 집권 3년차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격인 선거에서 이례적인 대승을 거두면서 대규모 재정 투입을 전제한 민주당의 주요 공약도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됐다.
4·10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공약으로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 가계 소득을 늘리고 경기침체를 극복해나간다는 취지다.
이 같은 공약을 내건 민주당이 총선 결과 압도적인 제1당을 차지하자 현금성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문재인정부에서 지급했던 재난지원금을 떠올리는 이들은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이 언제 성사될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회의원 선거가 종료된 지 만1주일째 되던 날 4월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경제와 민생이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민주당은 선거 때 약속드린 민생회복지원금을 포함해 민생회복 긴급조치를 제안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중채무자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서민들은 가처분소득 감소로 지갑을 닫고 있다. 민생의 어려움 극복하고 우리 경제에 다시 활력 불어넣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적극 재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적극 협력하길 바란다. 민생회복 지원의 주요 내용은 선거 때 말씀드린 민생회복지원금으로 13조원 정도, 소상공인 대출 및 이자부담 완화에 약 1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금리로 인해 저신용자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저금리 대환대출을 2배 정도 확대해야 한다. 이런 건 포퓰리즘이 아니다. 국민들 다수가 필요한 정책을 하는 걸 누가 포퓰리즘이라고 하느냐”라고 맞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찾아 “민생경제 비상사태 해결을 위해서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 △실질 사업소득 감소 △고금리의 장기화 등으로 사회 전반의 소비가 줄면서 “경제의 모세혈관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코로나19 사태 당시 지급된 재난지원금처럼, 민생지원금이 소비 진작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이 대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같은 취약계층 같은 경우 1인당 10만원 추가 지급을 추진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때 재난지원금처럼 민생회복 지원금도 지역화폐로 지급하도록 하겠다. 지역에서만, 소상공인 골목상권에만 쓸 수 있도록 해서 지역경제, 골목상권 살리고 경제의 모세혈관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치솟는 물가에 현금을 풀어 대응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집행력 없는 야당의 ‘현금 살포 매표 공약’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 이전 재난지원금과 차이점은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2020년 3월 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바 있다. 이와 함께 민생회복지원금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난지원금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지급 수단이다.
2020년 재난지원금은 선불 포인트와 유사한 형태로 카드사를 통해 지급됐다. 지역상품권과 선불카드 등으로도 받을 수 있었지만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신용·체크카드의 인기가 높았다.
가령 수령 자격을 만족하는 A씨가 카드로 재난지원금을 받겠다고 신청하면, 사용처에서 카드로 결제한 만큼 A씨에게 결제대금이 청구되는 대신 선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사용되는 식이었다. 유흥업소 등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했던 재난지원금과 달리 이 대표의 민생회복지원금은 사용하는 데 다소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 지역화폐로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사랑상품권의 경우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입시학원이나 귀금속 취급매장 등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기업·중견기업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음식점·영화관에서의 사용도 제한된다. 다만 소규모 음식점과 가맹 편의점, 미용실, 학원 등에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민생회복지원금이 실제로 언제 지급될지는 의외로 불투명하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들 정책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잇달아 ‘세수 펑크’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잖은 비용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보면 올해 국세 수입 총액 증가율은 6.9%에 그치는 데 반해 국세 감면액 전망치는 10.9% 늘어난다. 세금이 증가액보다 감소분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선거 때 공약했던 민생회복지원금으로 약 13조 원 정도, 소상공인 대출 및 이자부담 완화에 약 1조 원 정도 필요할 것 같다. 저금리 대환대출을 두 배 정도 확대해야 되고, 소상공인·전통시장 자금을 약 4천억 원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한 “소상공인들의 에너지 비용 지원으로 약 3천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해 약 14조 7000억원의 민생회복 지원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고 기존 예산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꾸 국가 재정적자를 이야기하는데 가난하고 어려울 때 100만원과 여유 있을 때 100만원의 가치는 다르다. 먼저, 13조원의 재원을 다른 데서 조정하든지 해서 만들고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이 ‘재난지원금’을 쉽사리는 집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물가에 가처분소득이 줄어서 생계가 위험한 계층에는 일정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들도 이미 이와 유사한 정책처방을 했다. 대만은 지난해 민생경제 활력 차원에서 국민 한 명당 딱 우리 돈 25만원 수준의 ‘경제성과금’이라는 이름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IMF 이후 최대 경제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 입장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우리가 못할 이유와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총선용 공약은 의석수와 관계없이 재검토와 여야 협의 등이 선결되어야 한다.
● 여야 영수회담의 최의제 ‘민생경제’
여야 영수회담은 4월 11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김부겸 전 총리가 물꼬를 텄다.
김 전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제1야당의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에 대해서 적극 논의하고 국가적 과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 큰 틀에서 대합의를 해야한다”며 “총선 민의는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가 되라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22대 총선 당선자들도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표는 추석 당일인 지난해 9월 29일 윤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민생의 핵심은 경제이고, 경제는 심리다. 대통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회복의 신호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참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회담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이 연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4월 15일 “일단 계획이 없다. 지금은 조직을 추스르고 정비할 때라 마지막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정 쇄신 의지를 밝혔지만 영수회담에는 일단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22대 국회에는 민생 법안이 산적해 있다. 거부권과 특검법으로 포위된 정국을 타개할 효과적인 수단은 대화와 타협이다. 윤대통령이 여러 형태의 소통을 야당에 제안해야 할 때이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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