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해마다 늙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새로워진다.’라고 삶은 날마다 새로 시작되는 것이고 우리도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날마다 남김없이 하루를 살 수 있다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사람이다. 웬 넋두리냐고 힐책할지 모르지만 노인들은 생각만이라도 그렇게 가져야 한다. 아니 생각과 같이 그렇게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
어느 할머니가 말했다. “난 내가 이렇게 늙을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곧바로 “너무 멋진 일이 아닌가요?” 재치가 넘치고 활달한 여자였다. 그녀의 나이는 90세에 가까웠지만 60세 노인의 미소에 70세 노인의 순발력을 지녔다. 사실 그녀는 누가보아도 90세의 노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최근에 새로 개발한 환한 미소로 많은 사람들과 담소를 하는 멋진 할머니였다. 그녀는 늘 행복한 사람이고 재미있는 사람이며 진정으로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우리가 꽤 자주만나는 새로운 노인세대의 전형이라 말할 수 있다. 노인세대에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는 허약하고 의존적이며 소외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적으로 쓸모없으며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유배된 슬픈 영혼이며 오래전 멀어져 버린 세상에 홀로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은 10년마다 길어진다. 그리고 이제 노인들은 혼자 산다. 통계에 의하면 노인이 혼자 거동하지 못하는 시간은 별다른 중병을 앓지 않는 한 불과 몇 년에 불과하다.
오늘날 사회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달콤한 자유와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것 역시 생각에 따라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엄청난 혼란의 시간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온갖 은퇴 계획이 넘쳐나지만 실제로 준비된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또 삶이 계획대로 되리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삶은 일직선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삶은 일직선이기라기보다 나선형에 가깝다.
노인은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동네를 떠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이사를 했다고 하자, 그들은 그동안 쌓아온 인맥과 오랫동안 즐겨 찾던 장소, 아끼던 애완동물, 온갖 지위와 특권,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입을 잃는다.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 수입은 불과 20만원에서 80만 원 정도다. 이것으로 그 화려했던 지난 시절을 빨리 잊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단절’이다. 수없이 쏟아지던 전화벨 소리가 뜸해지다가 요즘에는 아예 하루 한 통화의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과 단절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혼란과 단절은 구속받지 않는 가능성을 말한다. 새롭게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새 일거리를 찾아야 하고 새 일상을 만들고 새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만나 사람들에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삶에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고 현기증이 날 정도로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 한다. 오랫동안 우리를 구속한 역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기분전환 삼아 재미있는 사람, 바보 같은 사람, 무책임한 사람이 되어 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허락이 없이도 물건을 살 수도 있다.
이제 생각을 바꾸자. 실제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모르지만 서서히 나이의 권위가 베어 나오기 시작한다.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질문이 떠오른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가족의 부양자가 아니다. 이제 젊은 사람들을 보다 편안하게 대할 수 있다. 그들을 덜 비판하고 열린 마음으로 반겨줄 수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낀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마지막 그날까지 이 새로운 삶에 몰입하고, 이 시기에 존재하는 모든 영광, 기쁨, 신나는 아이디어, 오랜 의구심의 문제에 해답을 찾으려 할 것이다. 어느 날 발표된 통계청의 발표를 계산해 보니 아직도 20년 혹은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삶을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해보아야 한다. 그렇다. 오랜 세월동안 힘겹게 살아왔기 때문에 실제로 지쳐 있지 않아도 지쳤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피로가 피로를 만든다. 피로를 이겨내는 방법은 무언가를 하는 것뿐이다.
친구와 공연장에 가던지, 볼링이나 골프를 배워라. 사교 모임에도 참석해라. 수영장에서 수영도 배우고 가까운 국립공원에 단풍구경이라도 떠나라. 새로운 친구들과 전혀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라. 이제 국가도 차츰 노인들에게 무료로 보여주는 공연, 공원 등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또 하나의 삶을 만들어 가자.
지금까지 나에게 지워진 의무와 구속이, 비록 좋은 구속이었다 해도 그것이 결국 모두 끝나버렸을 때 나의 삶도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노년은 짐이 될 뿐이다. 이 새로운 삶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삶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면 앞으로 20년 30년은 독립심을 기르고 새로운 일거리와 재미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만드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다면 노년은 우리에게 끝이 아니라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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