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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8.1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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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뭉클하게…치명적인 매력’
<계절의 길목> 수필가 임덕기, ‘찬란한 봄! 5월
 
수필가 임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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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 찾아온 오월이 더욱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진다.    


 

 

봄꽃들! 절로 기운이 솟는다.

 

▲ 수필가 임덕기    

봄꽃들이 일시에 피어났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꽃들은 마음이 바쁜지 꽃사태를 이뤄 눈이 호사를 한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나무들이 대지에서 힘차게 물을 빨아올려 꽃을 피운다.

 

그 모습을 보면 절로 기운이 솟는다. 멀리 꽃놀이를 가지 않아도 가는 곳마다 꽃 천지다. 정원석 사이에 심은 빨간 철쭉과 동글한 실타래처럼 매달린 겹벚꽃에 유독 눈길이 머문다. 나무에서 분홍색 꽃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겨우내 잿빛 땅 속에서 찬란한 봄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을까 싶다.

 

강변 산책길에는 냉이꽃, 제비꽃, 민들레, 애기똥풀이 수줍은 듯이 길섶에 피어 지나가는 이들을 반긴다. 이따금 심술궂은 꽃샘바람이 불어와 모자가 날아가 땅에 나뒹군다. 천진한 눈빛으로 우리 곁에 찾아온 봄은 때때로 변덕을 부려 까칠함을 일깨워준다.

 

봄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감성을 뭉클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따뜻하면서도 까칠한 봄의 마성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미세먼지도 함께 찾아와 반갑지 않은 인사를 한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5월은 법정기념일만 다섯 번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다. 다른 달에 비해서 온화한 날씨와, 저마다 뽐내는 꽃들의 향연, 밝은 햇살로 행사와 축제가 몰려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사랑함, 편집자주)은 없는지. 자식을 위한 가장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지갑은 얄팍해지는 달이다. 어버이날에는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돌아가실 무렵 외출하고 싶어 하셨는데, 요양원에서 허락하지 않아 그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해서 지금도 후회로 남아 있다. 병약하신 어머니 심정을 다독거려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인터넷에는 저승에 있는 시어미가 며느리에게 보낸 글이 떠돈다. 구수한 사투리로 5월 어버이날 있는 토요일에 집안제사를 모두 몰아서 지내라고 며느리에게 당부한다. 명절제사는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제사음식을 준비하기가 힘들면 외국산 과일인 망고도 좋고, 바나나도 좋다고 한다. 자손들이 좋아하는 피자도 좋단다. 식구들이 명절에 해외여행 가면 더 좋단다. 조상들이 공항에서 만나 함께 따라갈 테니 맘 놓고 떠나라고 안심시킨다.

 

모처럼 해외여행도 하고 그곳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더 좋단다. 요즘 세태를 적절하게 표현한 유머가 깃든 글이다. 그 글을 읽고 한참 웃은 뒤에 페이소스를 느낀다. 예전처럼 서슬 푸른 시어미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둘이 하나가 되라는 21

 

낯설게 들리는 부부의 날이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정해졌다. 둘이 하나가 되라는 의미로 21일이다. 부부의 중요성과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제정되었다. 오죽 데면데면한 부부들이 많아서일까. 이혼율이 높아서일까. 평생 홀로 살겠다는 독신자, 독신녀를 고려하지 않은 기념일이라고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화사한 봄빛 뒤에는 언제나 어두운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식이 찾아오지 않는 독거노인들에게 어버이날은 더 큰 소외감과 외로움을 주리라.

 

결혼도 포기하고 취직도 포기한 젊은이들이 많다. 혼자 밥을 먹으며 혼자 사는 젊은이들에게 가정의 달 5월은 어떤 의미일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대신 알바로 근근이 생활하는 그들에게 빛나는 계절 오월은 오히려 상대적인 빈곤감을 주지 않을까.

 

매스컴에서 인구절벽에 가까워진다고 그 심각성을 알린다. 인생의 봄인 젊은이들은 스스로 삼포세대라고 자조하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다. 결혼할 수 없는 여건이라 출생률이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5월에 피는 꽃처럼 인생의 봄인 그들이 연애해서 짝을 찾고 결혼해서 아기를 낳는 평범하고도 소박한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 해마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

 

5월이 계절의 여왕 자리에 계속 머무를지는 알 수 없다. 해마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서다. 언젠가 4월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여름으로 눌러앉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라 날씨만큼은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았는데, 해마다 봄가을이 짧아지고 있다. 여름에는 동남아처럼 습도가 높은 후덥지근한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다.

 

그 징후는 바다와 산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추운 지방에서 사는 소나무가 점점 살 수 없어 북쪽으로 이동하고, 사과와 감나무 대신 망고, 파파야등 열대과일나무가 남쪽지방에서 자라고 있다. 바다에는 물고기 종류가 한류성인 명태, 청어를 밀어내고 난류성 물고기인 참 다랑어, 참치 떼가 올라온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미래에 큰 재앙이 된다. 사람들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시커먼 연기와 수많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원인 중 하나다. 시골길을 걸어가다가 농촌에서 비닐과 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함부로 태워 공기가 매캐한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이제는 공기의 질도 삶의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오월, 찬란한 봄날이 언제까지 유지되려면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바다가 더럽혀지고 있다. 태평양에 사람들이 버린 비닐과 플라스틱들이 쓰레기 산을 이뤄 떠다니고 있다. 물고기가 떠도는 미세한 플라스틱을 먹고 오염이 되면 인간도 오염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부메랑이 되어 다시 인간을 역습하고 있다. 죽은 고래 입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잔뜩 들어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 해변에 고래들이 밀려와 죽은 모습을 뉴스로 보았다. 학자들이 바다가 오염되고 환경이 좋지 않아 고래들이 스스로 죽었다고 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자연의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

 

5월은 젊은 시절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잉태하는 시기이다.     


 

▲ 화사한 봄꽃, 밝은 햇살이 주위에 가득 차 있다   

 

계절은 우리의 삶과 같다. 5월은 젊은 시절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잉태하는 시기이다. 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가을과 겨울이 결정된다. 삶에는 요행이 드물다. 봄에 뿌린 것만큼 가을에 거둔다는 말은 진리다.

 

언제나 5월만 같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건 아니지 싶다. 5월만 있으면 사람들은 권태롭게 여기지 않을까. 변화가 없으면 삶의 긴장감도 그만큼 떨어진다. 이따금 비바람도 맞닥뜨려야 더욱 튼실한 결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매서운 추위에는 움츠리고 동면하며 자성(自省)할 필요도 있다. 화사한 봄꽃, 밝은 햇살이 주위에 가득 차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 찾아온 오월이 더욱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진다.

 

 

프로필

국제펜클럽 여성작가 위원

에세이문학등단

수필집 기우뚱한 나무

시집 꼰드랍다

limdk2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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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26 [19:06]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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