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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6.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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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기꺼이 한 살 더 늙기로 하자”
<최영옥 칼럼> '빛깔이 고운 사람'
 
최영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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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옥 시인  

정수리가 훤히 드러난 겨울나무들을 보면서 생각해 본다. 겨울나무의 거친 표피를 뚫고 연한 잎들이 돋아나는 사월은 짧고 따스했다. 그 생명의 경이로움에 얼마나 감사하였던가.

 

아름다운 봄날의 유록빛 애잎들은 뿌리를 통해 힘차게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을 받으며 왕성하게 광합성 작용을 하였다. 그 잎들이 넓어져서 짙은 그늘이 되어주던 여름은 폭염으로 지치기도 하였지만 열정과 싱그러움이 있는 계절이었다.

 

매미가 악을 쓰며 울어 대는 낮이 저물고 어둠이 찾아오면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어둠이 깃든 공원을 어슬렁거리기도 했었다. 늘 푸르기만 할 것 같던 잎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현란한 가을을 지나면 낭만이 가득한 만추와 겨울이 공존하는 입동의 계절 11월이다.

 

11월은 두 가지의 감정이 섞여 있어 더욱 묘한 계절이다. 참으로 화려하기도 하지만 쓸쓸함이 통째로 가슴을 파고드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구르몽의 시를 읊으면서 고독을 노래하기도 하는 계절이다.

 

짧은 가을을 보내고 옷깃을 올리며 걸음이 빨라지는 겨울을 맞으면서 주위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나와 그리 깊은 인연이 아니더라도 스쳐간 많은 사람을 생각해 보게 된다.

 

같은 병실에서 가끔 눈을 마주쳤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당신이 있어 때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내가 살아 있음에 위안을 받았음을 감사한다. 아파트의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그저 눈인사만을 나누었던 이름 모를 사람들...당신들의 눈빛으로 알 수 없는 평화가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음을 감사한다.

 

너무나 사소한 일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 그이와 말다툼을 벌이며 신경을 곤두세운 일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상대방에게 지지 않으려는 자존심 싸움이었는데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질없는 일이었다.

 

조금 양보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말이다. 울퉁불퉁 돌부리에 채여 다치기도 하고 거센 물살에 휩쓸리기도 하면서 오늘의 시간을 채워나가는 나는 어쩌면 바보 같기도 하다.

 

채워도 채워도 부족함을 느끼는 허기. 그리고 완벽하고 싶은 욕심들. 나 자신은 완벽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고 오직 타인의 잘못만 지적하고 싶은 오류 속에 빠져있었던 건 아닐까?

 

남들의 작은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험담을 일삼으면서 자신의 잘못은 숨기려는 은밀함, 그러면서 남의 아픔을 위로하기보다는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이 없다고 슬퍼했다. 참으로 딱한 이기심이다.

 

나도 때깔이 좋은 사람 말고 빛깔이 고운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사람 얼굴의 빛깔과 때깔은 다르잖아요? 때깔은 그냥 잘 먹어 피부 상태가 좋으니 색조 화장품을 바르면 금방 빛이 납니다. 하지만 사람의 빛깔은 습관, 태도, 사고, 삶의 방식들이 지금까지 내 얼굴에 반영되어 반죽으로 나온 겁니다.”

 

이 말은 어느 강의에서 들은 말이다.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은 말이라 옮겨 본다. 나도 때깔이 좋은 사람 말고 빛깔이 고운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제 올 한 해도 달력 한 장 달랑 남겨 두었다. 인디언의 크라크족은 12월을 침묵하는 달로 부른다고 한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뒤돌아보며 자성하고 침묵으로 지켜보는 그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내년에는 빛깔이 고운 사람이 되어보기로 작은 소망을 가져보면서 12월을 보내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 모든 아픔과 슬픔과, 고난, 고통, 억울함까지도 다 참고 견디면서 세월의 의미를 생각한다.

 

인생은 때로 알 수 없이 흐르지만 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순리인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다가오는 새 해는 또 다른 희망으로 하루하루 채우면서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 빛깔이 고운 사람으로 말이다.

 

12월에/최영옥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할 것 같다

 

못 다한 일 많아

못 다한 그리움 많아

못 다한 사랑이 슬프지만

세월을 움켜잡은 손

이제 그만 놓아 주어야지

 

세월 가는 소리 따라

세월 가는 모습 보며

옹졸했던 마음에

회한의 소리 높다

 

새 해엔

좀 더 너그러워지고

웃음 헤픈 사람이 되자

아주 조금만

따뜻하고 아름다워지자

 

기꺼이 

한 살 더

늙기로 하자

 

 

프로필

경북 경주 출생. 한국예총 예술세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원, 예술시대작가회회원, 동작문인협회원. 고양YMCA흰돌종합복지관한글학교교사(). 시집 바람의 이름2. 공저에세이 3인의 칸타빌레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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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03 [23:42]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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