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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6.2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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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작가 朴又木’ 혈맥(血脈) ‘성공과 갈등’(18회)
 
작가 朴又木
 

성공과 갈등(18)

 

군사기밀을 적어 넣는 간계를 썼던 것이다.

 

▲  작가 朴又木

도성으로 돌아온 초고왕은 고이 왕제의 건의를 받아들여 성광을 13품 무독으로 승차시킨 다음 왕부에 배속시켰다.

 

그의 파격적인 승차가 도성 안의 화제가 되었다. 그가 왕제를 구출해낸 이야기는 감동을 자아내는 무용담으로 회자되어 그를 일약 신화적인 청년 장수로 만들었다. 특히 그를 사모하는 부선랑과 부마 지경대가 기뻐했다.

 

그러나 그의 인사를 계기로 갈등 또한 싹트기 시작했다. 그가 배속된 왕부의 수장은 달솔 여수장어이고 그의 아들 강선고가 9품 고덕이었는데 유독 강선고가 그의 파격적인 승차를 폄하하면서 왕부 배속을 반대했다.

 

그에 대한 아버지의 호평과 아내 부선랑의 호감이 못마땅했기 때문에 그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가문에 접근하는 게 싫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한편 평소 강선고를 경멸하는 부선랑의 사촌오라비 해지경대 부마 역시 당숙인 좌평 해동영구를 찾아가 그의 왕부 배치에 반대했다. 그가 여 씨 측 인맥에 어떤 형태로든 매이는 게 싫었고, 그가 자신의 사촌누이인 부선랑의 거침없는 호감 표현 때문에 자칫 밀부(密夫, 샛서방)처럼 소문날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그의 인사가 계기가 되어 사실상 여씨 가문과 해씨 가문 사이에 갈등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남편이 대놓고 하는 그에 대한 폄하 때문에 부선랑이 남편과 다투는 갈등이 자주 빚어졌다. 아내의 역성과 부마와의 친교가 못마땅한 강선고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음으로 양으로 관부 풋내기인 그를 폄하하고 애를 먹이게 되었다.(저러한 갈등은 이십여 년 후에 강선고가 파멸을 자초한다.)

 

그의 파격적인 승차가 있은 후 이어 두 가지 경사가 일어났다. 한 가지는 황감하게도 어라하가 중매를 서겠다는 것이었다. 신부는 고이 대군의 둘째 부인의 소생인 진경(珍慶)이었다. 그가 왕실의 혈족이 되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는 고이 대군의 서랑이 되면 어라하가 사성(賜姓, 임금이 성을 하사함)의 은전까지 베풀겠다고 한 것이다. 이 또한 아무나 누리지 못하는 광영이었다.

 

그 해 가을 추수가 끝나고 성광이 고이대군의 외동딸인 진경과 혼인하고 왕으로부터 사택(砂宅)이라는 사성을 받아 가문을 열었다. 그가 사택 씨족의 시조가 되어 뻗은 혈맥이 백제가 망하기까지 맥맥히 뻗어 백제와 일본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게 되었다.

 

그가 사택성광(砂宅星光)으로 변신하면서 뒤이어 낙양(상주)서부터 그를 따라와 고락을 같이 한 강수와 다금아가 혼인하여 살림을 났으며, 강수는 그의 천거로 도성 수비군의 장교가 되었다.

 

신혼의 단꿈이 어지간히 물리고 있을 무렵 성광이 아내 진경에게 보명과의 관계를 밝혔다. 언젠가는 매듭을 지어야할 일, 더는 아내에게 숨겨서는 안 될 것이며 서라벌에서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는 보명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경부인은 그 일의 전말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기만당한 걸 참을 수 없다며 쪼르르 친정으로 달려가서 어머니 목자금 부인에게 울며불며 원망을 늘어놓았다. 당장 혼인을 물리게 해 달라는 딸을 엄히 나무라면서 목 부인은 자기가 딸의 비밀을 숨긴 게 결국 딸의 불행을 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사로잡혔다.

 

실은 성광과의 혼담이 시작되었을 때, 딸은 극구 혼인하기 싫다고 했었다. 그런데 목 부인은 딸이 이복오라비 태광(泰廣)의 친구인 여사비곤(餘斯備昆)과 사랑하는 사이인 것을 알면서도 함구했다.

 

문약한데다 세상물정 모르는 귀족자제가 가문의 권세와 재물을 믿고 젊은 나이에 사치와 낭비의 한유(閒遊)나 일삼는 게 못마땅하기도 했거니와 자신의 친정 목씨 가문이 사비곤의 여씨 가문과 누대에 걸쳐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진경은 어머니에게 등을 떠밀려 돌아갔지만 마음은 이미 성광을 떠나 사비곤에게 갔다. 사비곤 또한 성광을 요행으로 세운 전공 때문에 벼락출세한 무부쯤으로 치부하는 터라 진경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혼혐을 모르고 부모 명을 따라 억지로 혼인했다는 읍소에 그만 객기를 세워 진경과 밀회를 재개했다. 불행하게도 성광은 혼인 때문에 두 사람의 적을 두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성광이 목 부인에게 불려가 고이 대군의 허락을 받았으니 서라벌에서 보명을 데려 오도록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아내와 사비곤의 정분을 모르는 성광으로서는 죄지은 심정으로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서라벌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안부를 전하러 다녀온 강수가 짐꾼 두 명을 보부상으로 변장시켜 데리고 갔다. 보명 일행이 서라벌을 떠나 성광이 갔던 노정을 따라 백제 도성에 무사히 도착했다. 거처는 진경부인의 반대로 따로 마련했다.

 

본가에서 정실에게 인사를 마치고 돌아온 보명부인이 꿈속에서나마 붙잡을 수 있었던 성광에게 옛날 처음 합방한 다음 날 아침에 주인 삼았었음을 고하는 큰절을 올렸던 것처럼 절을 하고는 그대로 그의 품안으로 무너져 안겨 섧고 서럽게 울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공규(空閨)에서 그리움에 몸부림치며 지새웠고 얼마나 괴로운 손가락질을 참았으며 얼마나 집요한 유혹을 견뎌냈고 얼마나 야속한 세월이 파놓는 절망에서 이를 악물고 도망쳤던 가 설움이 북받쳐 그 절절한 사연 한 자락을 토로하지도 못한 채 그저 눈물만 쏟았다.

 

그가 그 길고 긴 세월을 무정한 손으로 흘러 보낸 게 다 자신의 죄라며 그미를 보듬어 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토닥이며 용서를 빌었다.

 

그의 발길이 보명부인에게로 잦아지면서 정실은 자주 공규에 남겨지게 되었기 때문에 진경부인의 마음은 더욱 그로부터 멀어지고 밀부인 사비곤과의 밀회에 매달리게 되었다. 그렇게 저들 세 사람 사이의 갈등은 시작되었고 악화되어 갔다.

 

구양성에서의 전쟁 이후 거짓말처럼 다섯 해 동안이나 신라와는 전쟁이 없었다. 왕은 그 신라와의 평화를 이용해 한강 유역의 고구려와의 접경지역을 침탈해 국토를 넓히는데 주력했다.

 

출정 때마다 성광은 장인인 고이 장군을 수행해 싸웠으므로 그에 대한 왕의 신임은 날로 두터워졌으며 전공이 무겁게 쌓여갔다. 그러구러 왕의 연치가 예순여섯이 되었다.

 

왕이 병들어 궁에 머물며 아우인 고이로 하여금 고구려 군과 대적하게 하였는데 그때 성광과 강수의 활약이 눈부셔서 큰 전공을 세웠다. 왕이 선위를 결심하고 그간의 전공에 대한 논공행상을 하였다.

 

그가 4품위(덕솔) 반열인 근위장군으로 승차하고 강수가 별장이 되었다. 그의 가정에도 경사가 겹쳤다.

 

진경부인이 딸을 낳은 데 이어 보명부인이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웬일인지 보명의 기쁨이 하늘에 닿았는데 진경부인은 산실에서 눈물부터 흘렸다. 그미의 타는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정실의 몸으로 딸을 낳아서 그러려니 짐작했다.

 

와병한 지 일 년 만에 왕이 죽고 태자인 구수왕(仇首王)이 즉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라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먼저 신라가 백제 사현성을 쳤다. 그러나 수성이 워낙에 완강해 별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 백제에서는 선공을 당한 보복도 하고 신왕의 위엄도 보일 겸 백제 동쪽 접경지역에 있는 장산성(獐山城, 경북 경산)으로 쳐들어갔다.

 

거기가 서라벌로 통하는 길목이라 다급해진 내해왕이 손수 군사를 이끌고 나가 싸워 백제군을 격퇴했다. 왕이 친정에 나서 흙먼지를 마시고 피를 보게 되면 전의와 함께 복수심이 끓어오르게 되는 법, 그 개전으로 그동안 끊겼던 전쟁의 악연이 다시 맞잡이로 살아났다.

 

장산성으로 출정하기 전 열린 어전회의에서 실은 격렬한 설전이 벌어졌었다. 성광은 탑전에 엎드려 출병을 만류하여 간했다. 왕이 역전의 노장인 숙부 고이에게 의견을 묻자 덕솔 사택과 견해를 같이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은솔 여강선고가 나서 반박했다. 은솔의 반박이 끝나자 그쪽 편 중신들이 일제히 찬동을 하고 나섰다. 출병의 타당성에 대한 찬반격론이 거듭된 끝에 왕이 출병을 결단했다.

 

그날 퇴궐해 처가에 간 성광에게 고이는 조카인 왕이 변한 것 같다면서 침통해 했다. 그리고 은솔 여강선고와 그를 따르는 조신들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상한 일은 그 후에 벌어졌다. 구수왕이 출병을 결정해 성조(聖詔, 임금의 칙유)를 내리면서 고이와 성광을 출전 명단에서 제외시켰던 것이다.

 

고이에게는 정무를 맡기고 성광에게는 도성 수비를 일임했다. 고명지신으로 신임은 하지만 다루기 버거운 그들을 앞세워 출전하기는 꺼렸던 것이다.

 

구수왕은 그 나름대로 즉위하고 처음 나선 친정을 화려하게 끝내고 신라에게 자신이 선왕 못잖음을 한껏 과시하고 싶은 과욕으로 초전부터 무리한 공격을 퍼붓게 했다.

 

장산성, 그곳은 신라로서는 절대로 내줄 수 없는 요충이었으며 더구나 어떤 경우에도 백제 신왕에게 밟히는 치욕을 당할 수 없는 보루였다.

 

하여 백제군이 초전부터 무리한 공격으로 힘이 소진되고 화살을 성과 없이 허비하기를 기다렸다가 백제 진영을 야습했다. 신라군이 전고를 울리고 각적(角笛,뿔피리)을 불어대고 함성을 지르며 성에서 쏟아져 나오는 때에 맞춰 잠복해 대기하고 있던 내해이사금이 이끄는 신라 정예군이 배후에서 백제 진영을 급습했다.

 

백제군 수뇌부에는 그런 야습 협공을 예견할만한 지략이나 전략을 가진 장수가 없었으며 신라 이사금의 친정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백제 진영은 어이없게도 단박에 유린당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백제군은 참패하여 군사의 절반이나 잃고 퇴각하였는데 그나마 왕이 목숨을 부지해 적군의 추격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고이 대군과 상의해 사택 달솔이 위험한 사태에 대비해 대기시켜 둔 기병의 구원 덕분이었다.

 

참담한 패전의 후유증은 엉뚱한 일로 불거져 조정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왕이 환궁하자마자 은솔 여강선고가 사비곤과 공모하여 달솔 사택을 참소하고 나섰다. 그들은 사택이 신라 이사금의 오른팔인 성도 아우와 내통하여 이번 전쟁의 기밀을 보명부인을 통해 유출했다고 반역을 고변한 것이다.

 

그 증거로 보명부인이 오라버니에게 보낸 서신을 제시했다. 그들은 서신 심부름을 가는 하인을 유인, 만취시킨 다음 서신을 뺏어 그 속에다 군사기밀을 적어 넣는 간계를 썼던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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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03 [01:24]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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