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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7.0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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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曜 隨筆> 정해경 ‘내 안에 들인 마당’
내 안의 ‘설익은 것’들 푸근하게 익어가!
 
수필가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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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을 마친 항아리 반짝반짝 윤이

 

▲  수필가 정해경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전에 살던 집은 베란다를 터서 거실을 넓힌 집이었다. 그곳에서 이십 년을 넘게 살다 급하게 이사를 했다. 이사하는 날, 생각보다 집이 낡고 좁아 심란했는데 널찍한 베란다가 그나마 위안이 됐다.

 

베란다는 밑 부분이 베니어 판으로 된 안방 쪽과 위아래가 유리로 된 거실 쪽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안방 쪽은 창고로 쓰기 적합했고 문만 열면 햇볕과 바람이 수시로 드나드는 거실 쪽은 자연스레 마당이 되었다. 손바닥만 하다고는 해도 드디어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된 것이다.

 

가정을 이루면서 조금이라도 시내 가까운 쪽에,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값비싼 가구를 들이고 우아하게 사는 것에 맹목적으로 집착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막연하나마 마당이 있는 집에 맑은 공기 마시며 사철 푸른색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 유예된 내 꿈이기도 했다.

 

이사 와서 맨 먼저 그 작은 마당에 호수로 물을 뿌려가며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냈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항아리를 한곳에 모아 말끔하게 씻었다. 그것만으로도 낡은 집이 훤해진 것 같았다. 오래 전, 친정에서도 날을 잡아 장독대 청소를 했다.

 

어른들이 바가지로 좍좍 물을 끼얹으며 먼지를 닦아내면 나도 달려들어 그 일이 해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목욕을 마친 항아리는 반짝반짝 윤이 났다. 그게 좋아 장독대 청소를 하는 날은 하릴없이 그 주위를 맴돌곤 했다. 장독대라고 부르기에는 좀 민망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비로소 내 집에도 항아리가 키를 맞춰 나란히 놓였다.

 

옛날, 우리 집 장독대 옆에는 작은 꽃밭이 있었다. 돌멩이를 줄 세워 길과 경계를 만들고 맨 앞에는 채송화를 심었다. 그 뒤로 봉숭아가 서고 맨드라미가 주름을 잡는 것도 그 어디쯤이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이름을 알게 된 노란 로즈마리가 여름 내내 피었던 곳은 채송화 옆이었던가.

 

꽃밭 안쪽에는 가시 돋친 장미 줄기가 담을 넘으려는 듯 삐죽이 웃자라있었다. 장미는 초여름 한철 잠시 피는 꽃이었다. 붉은 장미가 푸른 잎과 어우러져 담장을 덮는 날은 햇빛까지 물이 오른 듯 유난히 맑고 싱그러웠다.

 

▲ 지금의 장독대 옆에도 나름대로 꽃밭을 만들었다. 키 큰 화분을 창가로 세우고 줄기식물을 매달아 늘어뜨렸다. 봄이 되어 수레국화와 꽃양귀비 씨앗을 심었다   

 

장독대를 중심으로날마다 새살림을

 

그즈음, 동네 꼬마들은 둘씩 셋씩 짝을 지어 하루 종일 소꿉놀이를 했다. 장독대를 중심으로 모퉁이 하나씩을 앞집, 뒷집으로 정해 짝을 바꿔가며 날마다 새살림을 차렸다. 벽돌을 찧어 고춧가루를 만들고 풀을 적셔 김치를 담갔다.

 

소꿉놀이의 절정은 장미꽃잎을 입술에 붙이고 종이 백을 손목에 걸고 남녀가 팔짱을 끼고 나들이를 가는 거였다. 내가 팔을 걸어 옆구리에 꼭 붙이면 나를 보며 헤벌쭉 웃어주던 그 머스마의 머리에도 지금쯤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으리라.

 

그때처럼, 지금의 장독대 옆에도 나름대로 꽃밭을 만들었다. 키 큰 화분을 창가로 세우고 줄기식물을 매달아 늘어뜨렸다. 봄이 되어 수레국화와 꽃양귀비 씨앗을 심었다. 처음 해보는 파종이었다. 꽃양귀비는 씨앗이 먼지처럼 작고 가벼워 바람에 날리듯 훌훌 뿌렸다.

 

거죽이 마르지 않게 날마다 물을 주었더니 며칠 후 싹이 돋았다. 실처럼 가는 것이 참으로 소복했다. 뿌린 대로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너무 많은 새싹은 남길 것과 뽑을 것을 구분하지 못해 난감했다.

 

마당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늦봄에 갈라놓은 된장 간장 항아리도 열어보고 바짝 말려야 변하지 않는다기에 고추장 항아리도 이리저리 돌려놓는다. 틈틈이 들여다보는데도 모르는 새에 수레국화에 꽃망울이 맺혔다.

 

화분 가득 튼튼한 꽃대를 밀어 올려 전체가 한 송이 꽃인 듯 넘실거리는 꽃무리를 상상했는데 가녀린 꽃대궁만 대여섯 개 솟아있다. 무엇이 내 맘대로 될까 싶다가도 여리게 피는 한 송이 꽃에 마음이 녹아든다.

 

내 작은 마당은 비 오는 날이면 고무줄 마당이 된다. 비 오는 날, 거실 문턱에 걸터앉아 저만치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면 마당은 한없이 넓어진다. 빗방울은 그 넓은 마당을 촘촘히 내리긋고 나는 오래된 마루에 앉아 낙숫물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신발을 마루 밑으로 가지런히 거둬들이고 마음 한쪽에서 비 맞는 것들을 주섬주섬 처마 안으로 불러들인다. 침묵인 듯 소음인 듯 빗소리가 가슴까지 스며들면 눈앞의 시야는 뿌옇게 흐려져 귀로 보는 건지 눈으로 듣는 건지 시각과 청각이 마당에서 뒤엉키고 생각지도 않은 기억과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텅 빈 듯 보여도 마당은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흙 속에서 벌레가 꼬물거리듯 미세한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장독대에서 장이 익어가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고 앉은뱅이 채송화가 씨앗을 맺는다.

 

뿐만 아니라 마당을 서성거리다 보면, 내 안의 설익은 것들도 비로소 푸근하게 익어간다는 것을 어설프나마 마당이 생기고 알게 되었다.

 

프로필

2007 계간 에세이문학으로 등단

2018 에세이문학4회 올해의 작품상 수상

2019 12회 한국산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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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16 [01:55]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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