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
▲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capture uticaschools.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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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물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는 것이
사람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그대에게 가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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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짧은 글 안에 작가의 모든 인생관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이것을 나름대로 캐내어 분석하고 다듬어서 자기 생각을 하나의 완성품으로 내어놓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되어 ‘시와 시평’이란 제목으로 쓰기 시작했다.
원래 시평은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시가 가지는 깊이 있는 내공과 품고 있는 향기”를 아마추어 시각에서 같이 공부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서 흥미 있게 봐 주시기 바란다.(著者 주)
■ 詩作 斷想 <안도현 / 9월이 오면>
유례없이 길고 따가웠던 폭염에 지친 몸과 마음을 겨우 추스르며 넘어선 가을의 문턱에서 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을 골라 보았습니다.
1961년 12월 15일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안도현은 1981년 대구매일 신춘문예에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전통적인 서정시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안도현은 개인적 체험을 주조로 하면서도 사적 차원을 넘어서 민족과 사회의 현실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려내는 시인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시점에서 안도현의 “9월이 오면”을 선택한 것은 비단 계절적 의미를 짚어 보려는 차원이 아니라 그가 노래한 9월에 바라는 삶의 모습에서 이 어지러운 광란의 세태에서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진정한 삶의 참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강물의 흐름을 예사롭게 보지 않았습니다. 날카로운 혜안으로 현미경처럼 잘라 들여다봅니다.
“뒤따르는 강물이 / 앞서가는 강물에게 /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 물결로 출렁 /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리고 이런 현미경적 분석을 인간의 따뜻한 정과 올바른 삶의 모습으로 승화시켜 표현합니다.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사람 사는 마을에서 /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 구절입니다.
“9월이 오면 / 9월의 강가에 나가 /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 강물이 되어 /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나라 전체가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설파한 철학자도 있지만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 이 땅에 혼과 몸을 묻고자 하는 선량한 국민들이 요즘 느끼는 괴리감, 좌절감은 어디에서 연유되고 있는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성찰의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어렵게 가꾸어온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억만창생을 지나도 그 자랑스러운 위용을 찬란하게 빛내야 하니까요.
원본 기사 보기: 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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