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
“저는 이번 선거가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그리고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그간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구정을 정상화시키겠다.(강서구청장 진교훈 당선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오전 0시40분께 개표를 완료한 결과 진 후보는 전체 투표수 24만3663표의 56.52%인 13만7065표를 얻어 압승했다. 김태우 후보는 39.37%인 9만5492표를 얻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7.15%포인트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48.7%로 잠정 집계됐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전체 선거인 50만603명 중 총 24만3천665명이 투표했다. 투표율은 지난 6~7일 이뤄진 사전투표와 거소투표 투표율을 합산해 반영한 수치다.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둔 예비 개막전이자 수도권 민심의 향방,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리전 양상 등으로 부각되면서 여야 지도부들이 총출동해 무게감을 한층 키웠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인 진교훈 후보를 전격 투입하여 전현직 정부 대리전 양상으로 점화되었다.
금번 국민의힘의 대참패는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한 가운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논란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원래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돼 왔다. 세 개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 데다 구청장 역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이전까지 12년간 민주당의 독무대였다.
비록 야당 우세 지역이지만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치면서 내년 총선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수도권 바닥 민심을 대략 살펴볼 수 있었다. 집권당 국민의힘은 정권안정론이 철저히 외면되고, ‘거야 심판론’에 등을 돌리면서 대패하면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 분출은 기정 사실화 되었다.
● 대패 ‘국민의 힘 자업자득’
보궐선거란 지역구국회의원·지역구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의 임기 개시 후에 사퇴·사망·피선거권 상실 등으로 신분을 상실하여 빈자리가 생겼을 때 이를 메우기 위해 실시하는 선거로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재임하는 선거이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태우 후보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강서구청장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2023년 5월 18일,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인해 유죄 처분을 받게 됨에 따라 구청장직을 상실하였다.
그러다가 2023년 8월 14일에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 사면에 따라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사법부 판결을 일말이라도 존중하는 자세를 상실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오만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서 비롯됐다.
지난 9월 17일, 국민의힘은 다른 후보를 내거나 무공천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다시 선출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원 50%, 일반 유권자 50%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서 김 전 구청장을 최종 후보로 선출하는 악수를 둔 것이다. 당시 야당 후보들은 “정권 몰락의 신호탄, 몰염치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보궐선거 원인제공자’의 선거 출마는 극히 이례적이고, 여당의 오판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책임정치에도 어긋난다. 2020년 총선 등에서 잇따라 대승한 더불어민주당은 ‘귀책사유 무공천’ 당헌·당규를 수정해 출마한 2021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금번 보궐선거 대참패는 민심을 역주행한 무모함의 필연적 업보인 셈이다.
지난 10월 11일 여론 조사 전문 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거 및 사회현안 10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7.1%, 국민의힘 35.1%, 정의당 1.9%였다. 정권심판론이 정권안정론을 훌쩍 넘고 있는 양상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이례적 저조한 지지율이 반등을 이루지 못한 체 내년 집권 3년차를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면, 조기 레임덕에 심하게 휘말릴 것이다. 더욱이 집권당 내부의 도미노 내홍은 통치 리더십에 치명적 손상을 가할 것이 틀림없다.
● 여야 영수회담 ‘초당적 협력을’
더불어민주당은 강서구청장 탈환을 시작으로 내년 총선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구속 위기를 피한 데 이어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압승하면서 이 대표 지도 체제가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재명 당대표는 이번 보선에 대해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입니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입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위대한 국민과 강서구민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칩니다.”는 의미심장한 논평을 내놓았다.
이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추석날인 지난 9월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한 ‘민생 영수회담’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이번이 8번째다.
영수회담의 주인공은 이 대표도, 윤 대통령도 아닌 국민이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상식과 정의를 회복하자는데 뭐가 그렇게 두려운가? 오직 국민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초당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통령실의 무대응은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0일 대통령 당선인사에서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제1야당 수장인 이 대표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제 집권 여당은 “이재명 대표가 뜬금없이 민생영수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민생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려는 정략적 의도로 보인다.”는 시각을 철저히 불식시키면서 영수회담 성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오직 ‘민생’만 바라보며 비정상의 정상화, 자유 민주주의 복원, 민생 경제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다. 강서구민과 국민들께서 국민의힘에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혁 과제를 신속히 이행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자성론이 허언이 아니라면, 뼈를 깎는 고통과 참회로 진정성 있게 과감히 매진해야 한다.
이번 보선 참패는 민심에 역행한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가를 집권 여당은 몸소 체득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국민들이 가하는 회초리에 직면하는 시간을 피하기 위한 대안과 묘책을 심히 강구해야할 절체절명 참회의 순간으로 간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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