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30년만 ‘지방의회 극적부활’
지난 10월 29일은 제11회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1987년 이 날은 군사정권 아래 대한민국 헌법에서 지워졌던 지방자치 부활을 위한 제9차 헌법개정일을 기념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1991년 역사적으로 부활한 지방자치제의 의미와 성과를 다함께 공유하기 위해 2012년 제정돼 2013년부터 첫 번째 기념식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것은 1952년이지만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다. 드디어 1988년의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1991년 3월 26일에 기초의회 의원의 선거를, 동년 6월 20일에는 광역의회 의원의 선거를 각각 실시하여 30년 만에 지방의회를 다시 구성하였다. 1995년 5월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가 시행되어 본격적 지방자치 시대를 열게 된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근대적 지방의회 제도가 채택된 것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후 헌법에서 지방자치를 명시하고, 이듬해인 1949년에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6·25 동란이 발발하여 국가비상사태 속에서 지방의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초의 지방선거가 1952년에 실시되었다.
현재와는 달리 차이점은 구나 군은 기초자치단체가 아니었다는 것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실시하지 않고 지방의회 선거만 실시하였다. 당시의 지방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로서 특별시(서울특별시)와 도, 기초자치단체로서 ‘시·읍·면’에만 한정하여 실시했다. 이후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나고 개헌을 통해 제2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지방선거 대상이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전쟁과 독재 아래에서도 유지되던 지방자치는 1961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며 군사혁명포고 제4호에 의하여 지방의회가 해산되는 비극적 인내의 고된 시간을 감내해야만 했다. 드디어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동년 10월 29일, 제9차 헌법 개정에 이르게 된다. 대통령 직선제가 핵심이었지만 오랜 염원인 지방자치도 함께 부활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오늘, 진정한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2022년 9월 발표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의 ‘2021 대국민 지방분권 의식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현 지방자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공무원의 의지·역량 부족(36.2%) ▽지방의원의 의지·역량 부족(31.6%) ▽ 주민의 자치의식 부족 및 무관심(32.3%)을 손꼽았다.
● 2022년에 ‘지방자치법 전면개정’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거시적 지향점을 지방자치법에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시적 측면’에서는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할 정도로 주민의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지역 주민의 살림을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민주주의의 밑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대내외적 시대적 추세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따가운 여론의 지적이 거듭 제기되어 왔다.
이에 ‘지방자치법’이 지방자치를 본격 실시한 1988년 전부개정 이후 33년 만에 전면 개정되어 2022년 1월 1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시민의식의 성장과 주민참여 욕구의 증대,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 등 그간의 행정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낡은 지방자치 시스템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이전과는 차별화된 요체는 다음 내용으로 집약된다.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둔 ‘주민조례발안법’을 별도로 제정하여 주민이 단체장이 아닌 의회에 조례안의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조례발안·주민감사청구의 참여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조정하여 참여의 폭을 넓혔다.
△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해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지방의 주요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에도 지방의원이 직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그간 논란이 되어왔던 겸직금지 의무 규정을 보다 구체화하고, 겸직이 허용되는 경우라도 의무적으로 겸직내역을 공개하도록 했다.
● 지방분권 완성 ‘재원확보 숙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로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동반 발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 세수는 급감하는데 행정 수요는 날로 폭증하는 등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지 상호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특히 진정한 지방자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앙권한의 지방이양과 가장 중요한 재정 분권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의 실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재정을 여전히 정부에 의존해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7대 3미만이다. 지방의 세출 부담 증가로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세와 지방세 세입 구조를 6대 4비율로 늘려야만 재정 분권을 통한 지방분권이 꽃을 피울 수 있다.
중앙정부의 미래 역시 지방정부에 달려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성장할 때 국가적 민주주의가 흔들림 없이 진전된다. 각 지방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개발해 추진해 나가고 중앙정부는 지역 맞춤형 지원정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방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지방에 과감히 맡기고, 중앙정부의 측면 지원은 선제적으로 책임을 지고 수행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함께 이뤄나가야 한다.
자치분권 3.0시대의 개막은 ‘지방과 중앙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런 대명제 구현의 핵심은 지방분권형 개헌에 귀결된다. 현행 헌법에서는 ▽자치사무의 존재 ▽주민의사에 기한 자치기구의 구성 ▽ 자기 책임성, 독립성 등의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 자치권 담보에는 불충분하고 불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사무에 관한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등은 분권화되어 중앙정부의 권한에서 지방정부의 권한으로 이양될 때 꽃피울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지역분권 정체성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여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지역 정당의 설립을 허용해 지역 정치의 중앙당 종속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지방의회만의 제도를 다룬 독립적 법률 제정을 통해 지방의회의 위상과 권한을 높이고, 지방의원 후원회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의정활동의 혁신 발판도 마련해야 한다.
유독 지나치게 중앙 집중적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역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조차 지방은 결정권이 없다. 이에 시도지사협의회의가 내놓은 지방분권개헌안에서 주목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로 명칭 변경을 제언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이 종속적·수직적 관계가 아닌 독자적·수평적 관계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규정짓는 명문화 촉구는 매우 타당하다. 자치단체 또한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자치의회와 행정부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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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