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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4.10.07 [06:35]
인권·이혼 >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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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가치관 정립과 공유 산고의 성찰을”
<대특집> 전통적 가치관 소멸과 ‘가정의 해체’(1)
 
이종전교수
 
◇ 이종전 교수 프로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현) 한국기독교회사 연구소 소장(현) 인천 기독교 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1993-2004)

 
최근에 보도되는 가정문제에 대한 내용들을 보면 가정의 해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성격의 차이, 사고, 경제적인 문제, 기러기 가정까지 근년에 들어 해체의 원인은 각각이지만 그로 인해서 나타나는 문제는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가정의 해체가 심화되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이제는 어쩌다 전해 듣게 되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고, 형제나 이웃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보니 전혀 남의 일처럼 말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과거처럼 ‘누구네가 그랬대!’ 하는 식의 이야기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쩌다 듣게 되는 놀라운 일 아니다. 오히려 해체 가정, 홀어머니, 홀아버지와 같은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에 가정의 해체문제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해의 어느 통계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월평균 결혼 가정수가 31,600이고, 이혼 가정은 12,850이란다. 이 통계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가정을 이루는 수와 해체하는 수의 관계가 1/3이다. 즉 결혼하는 가정 가운데 1/3 이상의 가정이 실제로 해체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해체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어려운 관계에 있는 가정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전제할 때 실제로 가정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는 사회적 문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가정의 해체가 심각하게 많아지는가? 그 원인을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사회학자도 아닌 사람이 구체적인 통계를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기에 현실적 상황을 직시하면서 그 대답을 찾아본다면, 먼저 가장 큰 원인은 가치관의 변화와 상실에 따른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가치관은 행동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가치관의 변화와 상실, 왜곡은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에 대한 중요성 혹은 그 가치에 대해서 의미를 두지 않게 된 것이다. 즉, 가정을 지키기 위한 고생과 수고에 대한 확신과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치관은 ‘자아’에 대한 확인이며, ‘너’에 대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동인(動因)이기 때문이다. 

20세기말의 가치관을 주도한 포스트모던이즘과 실용주의 가치관은 전통적 가치관에 치명적인 충격을 주면서 오히려 ‘해체’ 그 자체에 의미를 가지게 했다. ‘해체’가 가져다주는 이상(理想)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것임에도 마치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 가정을 형성하면서 처음부터 가치관을 공유한 가정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포스트모던이즘은 개인주의적 실용주의에 영향을 주면서 급속하게 대중에게 수용되었다. 이러한 영향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일본인 작가의 소설들이 연이어 베스트셀러로 한국의 독자들을 사로잡으면서 대중의 속으로 녹아들어간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서 대표적인 ‘상실의 시대’라는 작품은 전통적 가치를 부정하고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가치관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가정, 부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전통적 개념과 가치로부터 자유를 찾아 방황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진정한 기쁨과 의미가 무엇인가를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그 대답은 주인공 스스로 내리지 않는다.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에 동조하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 셈이다.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가정이라는 전통적 가치는 굴레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전통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도 가정을 지키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것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기성세대와 그 윗세대의 사람들은 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정과 자녀를 먼저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한 자신의 희생은 아름다운 것이고, 결코 어리석거나 손해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그러한 가치관을 가지는 자체가 고로한 것이며, 구세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번밖에 없는 자신의 인생을 어디서 보상 받을 수 있느냐고 되묻는 것인 현실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생각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낡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가정에 대한 가치관의 공유(共有)가 중요하다. 그리고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자신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또한 가정을 통해서 이루어야 할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대답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동시에 추구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관은 결혼 전에 공유할 수 있어야만 한다. 또한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이에 대해서 충분히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이 없이 단지 사회적 인습과 필요에 의해서 가정을 이루었다고 하면, 가정의 해체문제는 이미 전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인간은 자아에 대한 정체성과 의미성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자신의 삶에 있어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와 그것을 위해서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육수준이 높아짐과 함께 의식수준이 높아졌으나 구체적으로 결혼과 가정을 형성함에 있어서 공유했어야 할 공통분모(가치관)에 대해서는 정작 생각하지 못한 채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 전통적 가치관의 해체에 따른 이혼의 폭증! 그러나 그 이후 의 삶은 이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이성이 서로에게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단지 본능적 욕구와 필요에 따른 것이라면 그 관계는 지속적일 수 없다. 그러한 욕구는 충족의 과정을 통해서 만족을 느끼려고 하고, 그리고 권태의 과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태의 과정으로의 진행이 아닌 결혼의 관계를 통해서 기쁨을 나누며 지속할 수 있는 의지가 작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가치관의 공유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러므로 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부부가 공유하지 못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가정을 형성하면서 처음부터 가치관을 공유한 가정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서로가 완전할 수 없고, 충족의 요건을 완전하게 갖고 있지 못하기에 공유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서로를 섬기고, 배려하며, 행복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구성원으로서 각각의 도리와 책임을 다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존중과 섬김의 수고가 동반될 때 비로소 가정을 통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과 수고가 없이 행복이 어디선가 뚝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인격을 줌으로써 행복은 만들어 누리도록 했다. 때문에 만일 이 과정을 부정하거나 포기한다면, 거기에는 이기적, 충동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아니면 무책임과 책임회피를 통한 방관형의 삶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는 무질서, 폭력, 쾌락을 추구하는 아픔은 있을 것이나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것이다.



◇ 이종전 교수 프로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현)
한국기독교회사 연구소 소장(현)
인천 기독교 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1993-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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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18 [23:57]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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