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르다고 그른 것일까 어느 지방에서는 국수를 설탕물에 말아먹는다. 결혼한 새댁이 국수를 설탕물에 말아 내놓았다. 이를 받아든 남편은 이내 역정을 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한번도 국수를 설탕물에 말아먹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국수를 설탕물에 말아먹나? 다시마 물에 말아먹어야지." 아내는 아내 대로 화가 났다. "무슨 다시마 물에다 말아먹어요? 그러면 앞으로 당신이 요리해요." 아내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옥신각신 다투고 말았다. 결국은 누가 옳은지 이장한테 물어 보기로 했다.
이장은 이야기를 듣고서 국수를 설탕물에 말아먹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 기세등등해진 남편에게 이장이 덧붙였다. "국수를 다시마 물에 말아먹는 사람도 처음 보았다." 이번에는 새댁이 펄펄뛴다. 티격태격하던 그들이 이장한테 재차 물었다. "그러면 이장님은 어떻게 드십니까?" 그러자 이장이 한마디 했다. "콩국에 말아먹지." ◇ '가족'이란 이름 너무 가깝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면 "당신은 틀렸어,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상대의 의견에 방어적 태도를 갖게 된다.
특히 가족간의 관계는 혈연과 위계질서가 뚜렷하여 다른 사회적 관계와는 달리 기대가 있기 때문에 원망과 분노와 함께 더욱 힘든 상황에 빠지고 이해하기가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
"남도 아닌 동생이란 놈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하고 동생을 괘씸하게 생각하는 형과 "형님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너무 독선적이야"라고 형을 원망하는 동생으로 두 사람은 분노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제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방송사들은 민족 대이동을 중계하고, 고향을 찾는 이들의 부산한 모습을 취재할 것이다. 황금 같은 휴일에 교통지옥을 마다 않고 고향을 찾는 이유는 가족간에 오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형제도 아롱이 다롱이라고 하지 않던가.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한다면 불편했던 마음이 한결 편해지리라.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화가 아니겠는가?
나의 생각과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다를 따름이다. 모두들 이번 명절에는 그들의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는 기회를 갖자. 그동안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서먹했던 관계였다면 '차이'를 인정하자. '조화와 화목'은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 홍달아기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생활과학대학 학장 美國 산호세 주립대학 객원교수 <주요 著書> 현대사회와 가정(경춘사) 현대사회와 가정복지(신정) 노인학대전문상담(시그마 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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