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성폭력특별법개정안에는 부부강간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성단체와 대한변호사협회간에 이견으로 대립하고 있다.
변협은 부부사이의 성문제를 쉽게 형사 문제화하는 것은 가정 붕괴를 촉진하거나 새로운 성관계를 통한 부부 관계의 복원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는 남편의 재산으로 보았던 19세기 이전의 인권유린적 시각을 적용한 시대착오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아내 강간의 문제는 70년대에 문제 제기되었다가 사회 각처의 비아냥 속에서 표출되지 못했었다.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된 것은 2001년 4월로 남편의 폭력과 강제적 성행위 요구에 저항하다가 남편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단이 되어 처벌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자 여성계는 부부 사이의 강압적인 성관계를 더 이상 사적인 일로 치부하여 외면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였고, 그 당시 여성부가 내놓은 ‘여성폭력방지종합대책’에 아내강간의 조항 신설을 제안하면서 비로소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계의 주장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기 전에 아내강간이라는 용어에서 반감을 나타냈으며, 성희롱이란 용어에 대해서도 많은 비아냥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러한 비양거림은 부부강간(아내강간)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부부강간이 죄가 된다면 이제부터 부부간에 잠자리도 마음대로 못하겠다”라는 식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처벌의 대상이 되는 부부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압에 의해 배우자를 강간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 다른 관점의 편견은 결혼과 성에 대한 것이다. '결혼은 성관계의 의무를 갖는다’‘부부싸움 뒤 성관계를 하면 저절로 화해가 된다’는 등의 편견은 부부 사이의 폭력이나 강압에 의한 성관계를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여성이 사회적 약자가 되다 보니 성적 학대의 대상이 되어 왔던 것이고, 부부가 함께 살면서 힘과 권력을 갖는 쪽이 남편이 대부분이다 보니 아내가 약자의 입장에서 폭력의 대상이 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아내강간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부부강간의 대상은 남성들도 예외라고만 볼 수는 없다. 억울한 피해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잘못은 막아야 한다
부부 강간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여성들을 한순간에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가정폭력특별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폭행 후 남편에 의해 자행되는 성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으며 사건이 발생해도 애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부강간에 대한 법제화는 이혼소송을 제기한 아내들이 악용할 소지가 높고 입증의 어려움과 가정파탄의 조장, 허위고소의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반응이 있지만 통상 ‘아내강간’이란 ‘폭행 후나 별거, 이혼소송 중인 상태 등 부부관계의 파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강압적인 성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성의 인권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할 사안이다.
즉, 여성들이 일방적 반복적으로 피해를 당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살인이나 심각한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강간법은 70년대 대법원이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써 강제로 처를 간음했다 하더라도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아내강간이나 데이트 강간 등 특수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의 형태와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세분화된 새로운 규정이 요구된다.
이미 세계 27개국에서는 이를 범죄로 인정하여 법적 처벌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법제화가 늦어질수록 잠재되어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을 관망하는 결과가 되며 인권을 유린당해온 억울한 피해자를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 홍달아기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생활과학대학 학장 美國 산호세 주립대학 객원교수 <주요 著書> 현대사회와 가정(경춘사) 현대사회와 가정복지(신정) 노인학대전문상담(시그마 프레스) 기사입력: 2005/08/30 [17:18]
|